천체 이미지 퀄리티를 낮추는 요인들 총정리

 22 Aug 2021

한번쯤 천체 사진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이론적인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지 퀄리티에 고려할 만한 요인은 참 많지만 그 중에서 별상을 퍼지게 만드는 요인만 집중적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노이즈, 그라데이션, 앰프 글루우 같은 종류의 '바탕' 품질 저하는 논외로 하자. 픽셀 사이즈가 커서 발생하는 해상력 저하도 여기서는 논외.

1. 별상을 퍼지게 만드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① 회절(diffraction)


망원경은 제한된 크기를 갖고 있다. 이 입구를 통과한 빛은 그들끼리 회절, 간섭한다. 그 결과 점상이어야 할 별상은 약간의 크기를 가진 디스크가 된다. 디스크의 크기가 작을수록 예리한 상을 뜻한다. 이상적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망원경도 이 디스크보다 작은 상을 형성할 수 없다. 완벽한 망원경도 이 회절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 디스크의 크기는 에어리 디스크로 잘 알려져 있다. 입사한 빛의 파장이 클수록 디스크가 커지고, 망원경 입구 즉, 유효 구경이 클수록 디스크가 작아진다. 디스크의 크기(지름의 시야각 A)는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A = 2θ = 2.44*(λ/D)
λ는 입사한 파장, D는 유효 구경이다. 단위를 m(미터)로 똑같이 주면 계산 결과는 라디안이다. 각초(", arcsec)로 환산하려면 206265("/rad)를 곱하면 된다. 이렇게 구한 디스크의 지름은 1차 회절상의 윤곽으로, 빛다발 전체 에너지의 85%가 그 안에 들어있다.

② 광학 수차

망원경을 구성하는 광학 부품들은 굴절, 반사를 통해 상을 형성한다. 그러나 기하학적으로 완전히 점상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기하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차는 색수차와 단색수차로 나눈다. 단색수차에는 자이델의 5수차(구면 수차, 코마수차, 비점 수차, 상면 만곡 수차, 왜곡 수차)가 있다.  수차에 대한 설명은 생략.
Image from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이 수차들은 독립적이며 서로 중첩하여 별상을 퍼지게 한다. 기하학적인 광경로 계산을 통해 수차를 겪은 별상의 생김새와 크기를 알 수 있으며 보통 spot diagram으로 나타내곤 한다. 수차가 잘 억제된 망원경의 경우, 제조사에서 수차가 억제된 결과를 스팟 다이어그램으로 자랑하기도 한다. 스팟 다이어그램은 회절을 고려하지 않고 기하학적 효과만 종합한 결과이므로, 에너지가 어떻게 퍼져있는지 간과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점퍼짐함수(point spread function)를 2차원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

source from https://www.telescope-optics.net/

③ 제작 오차
광학 수차가 망원경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오차라면 제작 오차는 실제 망원경을 제작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이다. 경사, 초점, 광축 등의 기구적 문제도 있고 주경과 부경의 광학적 문제도 있다. 기구적 문제는 이론적으로 다룰 수 없으므로 완벽하다고 가정한다. 광학적 문제는 실제 주경과 부경이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곡면은 파면의 왜곡을 가져오고 그 결과 별상을 퍼지게 한다.
주경과 부경의 표면이 기하학적 설계에서 벗어난 양 즉, 제작 표면 오차를 양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여러가지 측정법을 동원하여 파면 오차를 측정하며 P-V(peak-valley) 파면 오차, RMS(root mean square) 파면 오차, 스트렐비(Strehl ratio) 등으로 나타내곤 한다. 이 수치들에 대한 의미와 평가는 다소 복잡하여 곡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주경에서 똑같은 P-V 파면 오차 값이 나왔다고 해도 그 오차가 완만하고 큰 스케일에서 나왔다면 곡면 자체의 기하학적 형태(성형)가 잘못되었음을 뜻한다. 미시적인 스케일에서 나왔다면 곡면 연마가 잘못되어 매끄럽지 못함을 뜻한다. 두 경우 별상에 미치는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sourcer from

P-V 파면 오차, RMS 파면 오차는 보통 파장이 500nm 근방인 가시 광선에 대한 파면 오차를 파장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다. 가령 'P-V 파면 오차가 λ/8'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RMS 파면 오차도 비슷하게 표현하지만 수많은 측정 지점에서 얻은 오차의 표준 편차이므로 당연히 P-V 오차보다 값이 작다. 무작위적인 에러의 경우 P-V 에러는 RMS 에러보다 약 4.5~5배 크다. 스트렐비는 RMS 파면 오차로부터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수식 생략)

④ 시상(視像, seeing)
대기 요동에 의해 일렁이거나 흔들려 보이는 현상이다. 대기 상층 요동, 지표 대기 요동, 돔 내부 요동, 망원경 내부 요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돔 내부 요동과 망원경 내부 요동은 충분한 냉각으로 없어지지만 대기 요동은 피하기 어렵다.
시상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안시 관측을 이용하는 방법, 이미지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안시관측으로 시상을 평가할 때는 피커링 10단계 척도, Antoniadi 5단계 척도 등이 다분히 정성적인 방법으로 제안되어 있다. 밝기와 배율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달라 표준화가 어려운 것 같다. 피커링 10단계 척도를 쓰는 경우, 대부분 1~5단계에 머무른다. 지상 관측자가 6단계 이상의 좋은 시상을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사실 시상을 양적으로 이해할 때 중요한 변수는 프리드 파라미터(Fried parameter)로 잘 정의되어 있다. 여기서 논의는 생략. 
그렇다면 시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실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천체 사진 특성상 긴 노출로 촬영을 하므로 시상의 영향은 별상이 퍼져서 붇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별상은 여러 픽셀에 걸쳐 퍼져 있으므로 그 픽셀들의 세기 프로파일을 가우스 함수에  근사하면 반값너비(FWHM)를 얻을 수 있다. 별상의 반값너비가 크다면 그 날 밤 시상이 컸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시상을 수치로 표현할 때는 다소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안시 척도보다 별상의 반값너비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 촬영 세팅이 사람마다 다양하므로 반값너비를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등가의 시직경(각초)으로 환산하여 나타내면 시상을 비교하기 좋다. 보통의 지상 관측에서 시상은 FWHM 2"~7"(각초)로 크게 변화하며 그 이하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평균값으로 FWHM 3" 정도로 보면 된다.

https://www.handprint.com/ASTRO/seeing2.html

매우 밝은 별을 수 밀리초 정도의 짧은 노출로 수 백 프레임을 찍었을 때 그 중 운좋게 시상의 영향이 적게 들어간 프레임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으로 각 프레임에 나타난 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여 별상의 변위를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시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DIMM)***  아래 사진은 칠레 고산지대(해발 5200m)에서 DIMM으로 측정한 시상 변화이다. 시상이 대부분 1" 이하 수준을 유지한다.

after Zanjan, 2001

** https://www.cloudynights.com/topic/636343-imaging-the-airy-disk-suggestions-requested/
*** DIMM(Differential Image Motion Moniter)

천문대에서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시상 효과를 보정한다.



⑤ 가이드 오차
적도의라는 기계가 완벽할 수 없으므로 망원경이 별의 일주운동 속도를 완벽하게 정확히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오토가이드를 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사후 보정이다. 이미 발생한 오차를 바로 잡는 작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①~④의 모든 오차가 없어 별상이 점으로 나온다고 해도 가이드 오차는 어차피 별개로 발생한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④번 원인, 시상과는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시상이 나쁜 경우에는 가이드별에 대한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시상에 의한 점퍼짐이 심하게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가이드 별의 중심 위치를 결정하는 정확도가 나빠지고 결국 가이드 보정량 계산에 이러한 요인이 반영된다.
보통의 시상(FWHM 약 3") 조건에서 우수한 적도의로 매우 양호한 오토가이드를 수행했을 때 RMS 오차는 경험적으로 약 ±0.5"(각초) 정도이다. 시상이 커질 때 오토가이드 오차도 함께 커지는 것이 확실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선형인지 아닌지는... 누군가 연구했으면 좋겠다. 


2. 논의에 앞서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의 영향을 양적으로 비교하려면 별상의 크기를 정하는 기준을 통일해 둘 필요가 필요가 있다.

(1) 직관적으로 별의 크기라고 하면 에어리 디스크를 떠올릴 수 있다. 파장 500nm를 가시광선의 중간값으로 보고 그 파장에 해당하는 에어리 디스크를 이상적인 별상의 지름으로 생각해보자.

(2) 수차에 의한 상의 퍼짐은 흔히들 스팟 다이어그램으로 제시한다. 별상의 RMS 크기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나타내기도 한다. 광학계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품질을 비교함이 목적이므로, 마이크로미터보다는 각지름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이것은 초점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스팟 크기라고 인식되는 지름은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스팟 크기 = sqrt(RMS지름^2 + GEO지름^2)
**** : https://doi.org/10.1088/1538-3873/aa9883

(3) 제작 정밀도는 파면 오차를 PV 파면 오차, RMS 파면 오차, 스트렐비 등으로 표현되는데, 안타깝게도이러한 물리량으로부터 별상의 크기를 직접 유추할 수 있는 정량적 관계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스트렐비의 대략적인 의미를 정리해보자. 가령 0.9는 에어리 디스크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이라고 했을 때 0.9이상의 에너지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스트렐비가 0.8이상이면 일반적인 관측에서 허용할만한(acceptible)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Danjon and Couder 표준) 따라서 스트렐비가 0.95를 넘어가는 정밀도의 광학계라면 설계에서 의도한 대로 잘 제작되었다고 보아도 괜찮겠다.

(4) 시상의 크기는 반값너비(FWHM)로 표현하지만 여기서는 밑바닥 너비를 비교하는 것으로 통일하기로 하고, 밑바닥 너비는 반값너비의 2배라고 간주하자. 단위는 각초로 통일한다.

(5) 오토가이드 오차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해보자. 광학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퀄리티 저하를 다루는 것이 이 포스트의 목적이므로. 


3. 각 요인들이 이미지 퀄리티에 미치는 영향 비교

위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에어리 디스크, 스팟 크기를 계산 해보았다.
모든 크기는 지름으로 환산하고 단위를 각초로 통일하였다.



(1) 샵스타 61EDPH 예시처럼 컴팩트한 망원경을 보자. 구경이 작고 초점 길이도 짧은 소형 망원경은 스팟 지름이 에어리 디스크에 비해 월등히 크고, 보통의 시상(별상 바닥 직경 4"~10" 수준)보다도 훨씬 크다. 
스팟 지름 > 시상 > 에어리 디스크
소구경 망원경은 수차 억제와 표면 정밀도가 사진의 퀄리티를 거의 지배하며 시상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광학적 품질이 좋다면 픽셀 크기가 작은 카메라로 넓게 촬영하기 적절하다.

(2) 이동 가능한 중소형 망원경인 샵스타 200/3.2 뉴턴식 망원경을 보자. 스팟 지름(3"~8")이 시상(바닥 지름 4~10")과 비슷한 수준이며 에어리 디스크보다 약간 크다. 
시상 ≒ 스팟 지름 > 에어리 디스크
산술적으로만 보면, 에어리 디스크, 스팟 지름, 시상을 모두 더한 정도의 별상이 촬영될 것이다. 결국, 보통의 시상 수준에서 최적의 사진을 얻으려면 수차가 최대한 억제된 우수한 광학계를 써야하고 가급적 시상이 좋을 날이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 즉, 망원경 정밀도와 시상 둘 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광학적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장비 싸움이 필요하다. 즉, 시상이 매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지지 않고 최상의 이미지로 담아 내려면 우수한 장비를 우선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뉴턴식 망원경의 경우라면 주경의 정밀도 뿐 아니라 부경과 코렉터의 성능도 중요하다. 

(3) 구경이 더 크고 장초점인 10인치 RC를 보자. 스팟 지름은 필드 플래트너가 결합된 결과이며 주요 수차가 잘 보정된 사례다. 
시상 > 에어리 디스크 ≥ 스팟 지름
스팟 지름이 회절 한계인 에어리 디스크보다 작다! 광학적인 별상 크기가 충분히 작으므로 시상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앞의 두 망원경보다는 분해능이 우수하다. 대구경 장초점 장비는 아주 뛰어난 수준의 광학적 품질을 요구하지 않으며 일정 수준의 정밀도만 갖춘 망원경이면 충분하다. 초점 길이가 길다보니 시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사실 이런 망원경이 자신이 가진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시상이 매우 좋은 곳에 설치해야 의미가 있다. 거대 망원경일수록 고산 지대에 설치하는 이유도 시상과 더 잘 싸우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