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광기 제작 라인업에 대한 생각 _ 일기장

23 Aug 2026

이게 장비병이라면 장비병 맞다.
분광기를 갖고 당장 뭘 하지 않아도 '뭘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는 일에 늘 촉각이 곤두서있다.

지금 갖고 있는 Sol'Ex는 태양용 (중)고분산 분광기다.

그 후 분광기에 대한 욕심은 여러가지로 생겨나고 변했다.
- 안시용 분광기 -> 교육용으로 활용해보자.
- 넓은 대역의 저분산 분광기 -> 항성 스펙트럼 찍어보자.
- 리트로 스타일 고분산 분광기 -> 제만 분리가 보일 만큼 분해해보고 싶다.
- 넓고 고분산인 두마리 토끼 -> 에셀 분광기가 필요해.

애초 고민의 시점은 기존에 가진 Sol'Ex로 별 스펙트럼도 찍어보고, 회절격자 바꿔서 저분산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설계를 바꾸거나 자료를 찾아보면서 든 몇몇 소결론들이다.

*콜리메이터, 카메라렌즈는 비축광을 잘 처리하면서 고유 색수차가 적어야한다. 그래서 구입했던 렌즈가 확대기용 렌즈였다. 아직 테스트 해보지는 않았지만 설계 목적과 렌즈 목적이 합치된다. 분광기 전체 설계에서 이들 렌즈가 어느 정도 수행 능력을 보여줄지는 해봐야 안다.
*회절격자를 스위칭하는 것만으로 고분산/저분산을 한 기기 내에서 선택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각각의 목적에서 최선의 성능을 내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분광기의 요소들(슬릿, 콜리메이터, 회절격자, 카메라렌즈)이 모두 복합되어 양쪽 목적을 다 달성하는 조합을 찾기 쉽지 않았다.
*저분산 분광은 광량 확보에 유리하다. 그러나...
*저분산 즉, 넓은 대역을 한번에 잘 찍으려면 극복할 문제들이 증가한다. 회절각에 따른 초점 위치 변화(파장에 따른 비축 수차), 분광기 광학계의 색수차 등이 문제가 된다.
*저분산 분광에서 넓은 대역의 콘티넘이나 포락선(흑체복사곡선)을 구하려면 문제가 더 많다. 대기 색수차, 파장별 센서 감도, 분광기의 파장별 광량, 비네팅 등 수많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환원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별도의 표준화된 측정 장비나 유사 조건의 참고 데이터가 없으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분산에사 흡수선의 위치, 깊이를 이용한 분광 분류는 가능하다. 적색이동이 매우 큰 경우도 검출이 가능하지만 적색이동이 큰 천체는 대개 어둡다.
*저분산에서 차수 겹침 문제는 IR컷 필터 등 광대역 필터로 해결할 수 있다.


몇날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

(1) 고분산 분광기가 입문으로서는 오히려 좋다. 
Christian Buil의 철학이다. 의외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런 저런 고민을 할수록 그의 말이 옳다. 저분산 분광은 관측이 빠르고 쉽고 직관적이라서 입문 단계일 것 같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난관이 많다. 고분산은 선 하나의 위치에만 집중하고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이 적다.

(2) 저분산 분광기는 고분산 분광기와 목적과 설계를 다르게 해야한다. 겸용은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저분산일수록 콜리메이터 등 광학 요소에 요구되는 조건이 까다롭다.

(3) (초)고분산 분광기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방향을 이렇게 정했다.
(1) Sol'Ex의 광학 요소는 그대로 두고(회절격자 2400라인/mm, 콜리메이터 80mm, 카메라렌즈 125mm) 슬릿 폭만 교체하는 유형으로 Star'Ex(고분산 유형)을 겸한다. 슬릿을 교체할 수 있는 타입으로 바꾸고 가이더를 부착한다.
(2) 저분산 분광기는 슬릿과 가이더가 있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광학요소는 300라인/mm 회절격자와 18도 경사 프리즘이 결합된 <저분산 그리즘 분광기>로 한다. 콜리메이터는 슈나이더 확대기 렌즈 50mm, 카메라 렌즈는 같은 제품군의 50mm 또는 80mm를 사용한다.
(3) (초)고분산 분광기 제작은 장초점 굴절이나 반사 요소를 채용한 리트로 설계로 하거나 아예 에셀분광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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