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운호퍼 선이 잘 보이는 분광기

3 Jun 2025



프라운호퍼선을 관찰할 수 있는 간단한 분광기를 만들어 보았다.
분산을 일으키는 부품은 회절 격자가 일반적이다. 회절 격자 필름을 구입해도 되지만 굴러다니는 CD를 써도 된다. DVD도 가능하지만 그건 집에 없네.


시중에 판매하는 이런 분광기도 분산기의 성능은 나쁘지 않지만...


이걸로는 태양 흡수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1) 슬릿이 너무 넓은 탓도 있고
(2) 눈 아니, 정확히 망막에서 제대로 상맺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보는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바늘 끝 만한 점광원을 맨눈으로 보고 있다고 해보자. 그 점에서 출발한 빛은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그 중 일부는 지름 4mm 정도의 동공을 통과하여 눈으로 들어간다. 광원에서 동공으로 향하는 광선의 묶음을 '빛다발'이라고 해보자. 
이때, 동공으로 들어가는 빛다발의 광선들은 거의 평행광에 가깝다. 점광원에서 눈까지의 거리가 최소 25cm(젊은 성인이 맨눈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 최소 초점 거리; 명시점)라고 해도 이 원뿔은 높이와 밑변이 250:4의 비율이므로 사실상 빛 줄기들은 평행하게 눈에 들어가는 셈이다. 점광원과 눈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당연히 더 완벽한 평행광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 눈은 먼 곳의 물체를 보기 편하게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각막-방수-수정체로 구성된 볼록렌즈 복합체의 초점 조절 범위도 눈에 평행광이 들어가는 상황에 맞추어져 있고 그렇게 해야 망막에 또렷한 상이 형성된다. 

그럼 왜 저렴한 분광기로 태양의 흡수선이 보이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눈에 평행광을 넣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슬릿은 좁은 틈이므로, 틈새 방향으로는 점광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선광원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슬릿을 통과한 빛은 점점 퍼지는 모양으로 빛다발을 이룬다. 그러므로 우리 눈에서 슬릿을 선명한 선으로 보려면 최소 초점 거리인 25cm보다 멀리 두어야 한다. 다른 광학 부품 없이 회절격자만으로 태양의 흡수선을 보려면 슬릿과 회절격자를 충분히 멀리 두어야 한다.

간단한 회절 격자로 프라운호퍼선을 관찰하기 위한 팁!
세 가지 정도 있을 것 같다.

(1) 슬릿을 매우 가늘게 만든다
설명 생략
다른 분이 만든 사이트 참고





(2) 슬릿과 회절 필름 사이의 거리를 25cm 이상으로 길게 만든다

아래는 길이가 30cm. (25~30 cm 가변)






눈으로는 아~주 잘 보인다. 
사진으로 찍기는 힘들지만... 나름 흡수선이 찍혔다고 주장하는 사진.


"경통" 길이를 길게 할수록 조금 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실용적으로 50cm 정도로 타협하면 좋을 것 같다.


(3) 길이를 짧게 하고 싶으면 콜리메이터를 사용한다
슬릿을 통과한 빛다발이 퍼져나가는 것을 굴절시켜 평행광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이와 같이 발산하는 빛다발을 평행광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교정기를 '콜리메이터'라고 한다. 빛다발을 나란하게(평행하게) 정렬시켜준다는 뜻이 되겠다. 
콜리메이터 역할을 하는 광학 부품은 볼록렌즈나 오목거울이다. 여기선 볼록렌즈를 사용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슬릿과 콜리메이터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볼록렌즈의 초점 거리가 되도록 조정해주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간이 분광기를 설계해보면 아래와 같다.
회절격자에서 분산광(스펙트럼, 무지개)이 나타나는 방향은 입사광에 대해 경사져 있다. CD를 이용할 경우 이 경사각은 20도이다. 따라서 슬릿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중심축에서 벗어나게 두면, 분광기 뒤에서 눈을 대었을 때 바로 스펙트럼이 보여서 편리하다. 
광경로가 꺾여 있는 형태이지만 꺾인 튜브를 제작하는 것이 어려우니까, 애초에 널찍한 튜브를 이용하여 부품들을 한꺼번에 배치하면 제작이 더 쉽다.



콜리메이터 렌즈도 굳이 기울여 배치하지 말고 아래와 같이 중심축에 곧게 배치해도 괜찮다.


구조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 슬릿과 콜리메이터 사이의 거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단, 이때 슬릿은 회전하면 안된다.
● 슬릿 방향과 회절격자 홈 선(groove)의 방향이 나란하게 배치되어야 한다. 


제작 과정 

(1) 튜브 선정
거리 조정이 가능하면서 회전하지 않아야 한다. 
딱 좋은 것이 1.25인치 헬리컬 포커서!
전방에 슬릿을 설치할 때는 주변부에 치우치게 설치한다.
회절격자는 후방에 덧댄 후 암나사를 가진 튜브로 조이면 고정된다. 아래 그림에선 생략.


(2) CD로 투과형 회절 격자 만들기
CD는 홈 선 간격(track pitch)이 1.6 μm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CD를 회절격자로 사용할 때 격자상수는 625 lines/mm가 되겠다.
DVD는 홈 선 간격이 0.74 μm로, 격자상수는 1350 lines/mm이다.



CD 조각을 튜브의 지름과 같은 크기로 자른다. CD의 지름은 12cm이다. 
CD의 홈 선은 방향이 정해져 있으므로 방향을 표시해두면 편리하다.

맞는 크기의 홀쏘(hole saw)로 작업하면 좋지만... 그냥 튼튼한 가위로 조심스럽게 자르면 된다. 강한 힘으로 빠르게 자르면 부러지기 쉬우므로 부드럽게 천천히 자른다. 사포로 모서리를 트리밍하면 더 좋겠고.



이제 CD 조각을 투과형 회절 격자로 만들 차례.
잘라낸 CD 조각에서 도색된 면에 넓은 테이프를 붙였다가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페인트와 금속 코팅이 떨어져 나온다. 격자상수 N=625짜리 투과형 회절격자가 얻어진다. 금속 코팅이 되었던 부분은 광학적으로 섬세한 부분이므로 어떤 물건으로도 접촉하지 않게 한다. 


어떤 CD는 금속 코팅이 완전히 벗겨지지 않는다.
금속 코팅은 염화철수용액(에칭 용액)에 몇 분 담가 제거한다.





* 회절 필름이 더 좋은데 왜?
회절 필름은 얇아서 자르기 좋다. 넓어지면 너무 힘이 없다는 게 단점.
가공하기 힘들어도 CD가 단단해서 좋다. 

* CD는 회절격자로 쓰기에 광학적으로 품질이 떨어지지 않나?
소재가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이기는 하나 무시하면 안된다. 애초부터 광학 디스크에 적절한 품질로 제작되기 때문에 균질성, 투명도, 굴절률, 평탄성, 이방성 등에서 우수하다.

* CD의 홈 선은 곡선이라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
홈 선이 곡선이라서 스펙트럼 위 아래의 높이(폭)가 약간 달라지지만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 CD 회절 격자면의 앞, 뒤 구별이 있는가?
분산을 얻는 데 있어서 앞, 뒤는 구별할 필요가 없다. 단, 회절 발(lines)이 그려진 면 즉, 금속 코팅을 벗겨낸 면이 분광기 내부를 향하게 제작해야 사용중 오염을 피할 수 있다.

(3) 콜리메이터 선정하기

콜리메이터는 작은 튜브에 먼저 마운팅하고 그것을 '경통' 내부에 삽입한다. 세트 스크루 구멍이 있어 외부에서 위치를 고정할 수 있다.



헬리컬 포커서의 전체 길이와 초점 조절 범위, 내부의 렌즈 마운트 위치 등을 고려하면 초점 거리 60 mm의 볼록렌즈가 적당하다. 
슬릿이 중심축에 있지 않아서 빛이 경사져 들어오므로 렌즈 지름이 너무 작으면 안된다. D=25 mm로 선정했다. 
광학적이 품질도 중요하므로 색수차가 적은 더블렛 아크로매트 렌즈를 선택했다.
사실, 집에 굴러다니는 더블렛 렌즈 중 적당한 크기의 것을 골라잡았는데 마침 딱이었음. ㅎ

(4) 슬릿 만들기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 검은색 절연 테이프 : 다루기 쉽지만 너무 유연하다.
* 알루미늄 테이프 : 다루기 쉽지만 유연하다. 뒷면 반사 있음. 후처리 필요.
* 면도날 또는 칼날 : 2장의 날을 가까이 마주 보게 배열한다.
* 거울에 선 긋기
* 전문 광학 메이커에서 만든 슬릿: 비싸다



작은 손거울의 후면(금속 코팅과 부식 방지 도색 된 면)에 칼로 선을 그어 만들었다.
중앙에 선을 긋지 말자. 입사각 20도를 고려하여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그어야 한다.
긋는 방향도 접선 방향(tangential)이어야 한다. 방사향(radial)으로 그리지 않도록.
아래 그림처럼 짧게 그리기 어려우면 현(chord)이 되도록 쭈욱 그어도 된다.
너무 세게 그어 유리 표면이 긁히면 안된다. 약한 힘으로 3~4회 정도, 정확히 같은 위치에 칼 선을 그어 코팅을 벗겨낸다.


(5) 결과




(6) 평가
분광기가 짧고 가벼워서 다루기 좋다. 
잘 보인다.
회절격자 특성상 기울여서 관찰해야 하므로 불편하다.

사진 촬영은...
나름 찍히기는 하지만 생각보자 잘 나오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좋다.
사진 촬영시 아래와 같이 어댑터를 이용하면 좋다. 수동 초점 조절이 되는 카메라가 유리하다.




프라운호퍼선 관찰용 간이 분광기 제작 팁 정리
* 슬릿을 가늘게 만들어야 한다. 태양은 광량이 충분하고도 남는다.
* 회절 격자는 CD가 저렴하고 튼튼하다. 격자상수 625 lines/mm로 좀 작은 편이다. CD보다는 DVD가 분산이 약 2배 큰 DVD 권장. 회절 필름을 쓰려면 격자상수1000 lines/mm 이상인 것을 권장. 
* 콜리메이터가 없다면 슬릿과 회절격자 사이의 거리를 30 cm 이상으로 길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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